"저, 정말 믿을 수가 없네요."
우찬 씨가 생각을 읽어주듯 말했다. 주위가 온통 암흑이고,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다. 바닥도 끝없는 암흑이지만 우리는 멀쩡하게 그곳을 밟고 서 있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상황이었다.
모두들 신기한 모양인지 연신 바닥을 손으로 만지거나 발로 툭툭 두드렸다.
"내가 보기엔 우리가 서 있는 곳이 강화유리로 되어있는 것 같아."
입을 열자, 각자 딴짓을 하고 있던 모두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난 어느새 그들의 리더가 되어있었다.
"대체 납치범은 어떤 놈이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도희의 한마디에 우리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납치범은 억만장자인 걸까? 대체 이렇게까지 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들의 머릿속에는 그러한 문구들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일단 이럴 게 아니라 움직여보죠."
"이렇게 어두운 데?"
소라의 말대로 상대편 얼굴을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어두운 곳이기는 하다. 거기다가 주변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어디로 향해야하는 지도 난감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일단 바닥을 천천히 짚어보면서 나아가면 되지 않을까?"
"그러다가 너무 앞으로 나아가서 돌아올 수 없으면 어떻게 해?"
"방 창문 너머에는 빛이 존재하잖아? 등대 역할을 해줄거야."
소라의 말에 답변을 해주자 곧 이어서 도희도 궁금한 것이 있는지 입을 열었다.
"그것보다 저 방에 있는 아줌마는 어떻게 해?"
"아, 맞다."
그녀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자기 혼자 식사하고 언제나 같은 곳에서 쭈그려 앉아 있으니…….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버려두고 가고 싶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같이 다니는 것이 좋았다.
"어쩔 수 없지. 내가 데려올게."
"혼자서 괜찮겠어? 정신에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이던데."
"에이, 설마 다 큰 남자가 여자 하나 못 이기겠어? 걱정마."
그렇게 말하며 창문을 올라가기 위해 자세를 잡는데 갑자기 사람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다.
"우악!!"
점프하려고 자세를 잡던 순간 튀어나와 너무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덕에 차가운 유리바닥에 뒹굴고 말았다. 빗물에 젖은 옷이 더욱 축축하게 젖어들어갔다.
"나, 나도 데려가요."
진한 다크 써클이 인상적인 그 아줌마의 첫 마디였다. 모두들 경악했지만 그나마 연장자인 우찬 씨가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말할 수 있었어요?"
창문을 내려오는 아줌마를 부축하며 우찬 씨가 물었다. 모두의 궁금증이었기에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네."
"왜 이제서야 말을 하신 건가요?"
"호, 혼자 있기 싫어서요."
그녀는 뭐가 그리 불안한지 연신 주위를 살폈다. 우리들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시선이 머물고 있던 곳들을 슬쩍 슬쩍 쳐다보았다. 괜히 나도 불안해지는 것 같았다.
"뭐가 그리 불안한 가요?"
"아, 아? 아, 아니요……."
우리들의 시선이 전부 그녀에게로 향한 것을 눈치챘는지 그녀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문을 닫아버렸다. 그 후 우찬 씨가 이것저것 물어보았지만 입을 열 생각이 없어보였다. 결국 그녀에게서 얻은 것은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만하죠. 어차피 그냥 데려올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따라온 게 어디에요?'
"그래도 이 분의 상황도 알아야 다음 힌트도 쉽게 풀지 않겠어요?"
"우찬 씨의 말이 틀린 건 아닌데 일단 이 추운 곳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어요? 너무 추워서 얼어죽겠는데요."
그제야 우리 모두가 차가운 비를 맞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성민 씨가 앞장 서요."
"내가 왜요."
"당신 때문에 이렇게 시간을 낭비했으니까."
순간 욱하고 말았다. '내가 왜요.' 란 한마디에 더 이상 존댓말은 할 필요가 없다고 여겨졌다. 당당히 반말을 한 탓에 그의 이마에는 구김이 생겼지만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다수가 적인 상태에서 그는 나약한 초식동물일 뿐이다.
"알겠어."
그도 자연스럽게 입을 텄지만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 정신이 병신 같은 놈이기는 하지만 그도 어찌 됐건 사람이고 남자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배려해줄 생각은 조금도 없다. 지금까지 모든 힌트와 풀이는 내가 했는데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이런 상황까지 내가 나설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필요없는 인력은 쓸 수 있을 때 쓰게 좋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앞장 서는 사람은 이 밧줄을 허리에 매고 있는게 좋겠네."
그에게 밧줄을 건네자 그는 슬쩍 나를 째려보고는 아무 말 없이 그 밧줄을 허리에 맸다.
"자, 우찬 씨가 맨 뒤에서 후방을 지키고, 전방에는 성민이와 내가 앞장 서서 가겠습니다. 중간에는 여자분들이 따라오시면 되겠네요."
어느 새 리더는 우찬 씨에게서 나에게로 넘어왔다. 그리고 난 자연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했다. 모두들 군말 없이 따르는 것을 보면 그들도 나를 리더로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언제나 조용하고 나서기를 싫어하던 나의 성격과는 너무 다른 상황이었지만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 상황이 즐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곳에서 나는 소심한 반대한이 아니었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리더 반대한이었다.
"추, 춥다."
얼마 정도 걸었을까 바로 뒤에 따라오고 있던 도희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 때문에 뒤로 고개를 돌리자 도희는 물에 젖은 새끼새처럼 몸을 마구 떨고 있었다. 내 옷을 벗어줄까 하다가 관뒀다. 나 역시 견뎌낼 수 없을 정도로 추웠으니까.
"조, 조금만 참아."
입이 언 탓에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 이럴 줄 알았으면 거, 걸칠 거라도 챙겨올 걸 그랬나봐."
뒤늦은 후회였다. 이제 창문이 작은 점처럼 보일 정도로 멀리 왔으니 말이다.
그렇게 추위와 싸우고 있으면서 할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을 때 갑자기 선두로 가고 있던 성민이 입을 열었다.
"여기 뭔가 있어."
"뭐, 뭔데."
"이거 만져봐."
"음?"
앞에는 여전히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었지만 그의 말대로 뭔가가 가로 막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막다른 길인가?"
"그런 것 같은데."
여기까지 왔는데 막다른 길이라니……. 조금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이렇게 길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그리 나쁜 수확은 아니었다.
그 때였다. 뒤에 따라오고 있던 사람들에게 되돌아가자고 말하려는 순간.
"어?"
정말 순식간이었다. 겨우 보이던 실루엣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은.
"뭐, 뭐야!?"
"꺅!!"
"대, 대한아!"
"지, 진정해!!"
저 멀리 보이던 창문의 등대도 어느 새 보이지 않게 되었다. 말 그대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 되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온 상황 탓에 일행들은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나까지도 심장이 터질 듯 고동쳤다. 하지만 이를 악물며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다들 진정해!!"
꺼질 것 같지 않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일단 모두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런 식으로 한다고 모두가 진정할 지는 모를 일이지만 일단 이렇게라도 해야했다.
"다, 다들 진정해!"
"대, 대한아!!"
"그래! 나 여기 있어!! 그러니까 다들 비명 그만 지르고!! 진정하라고!!"
그러기를 몇 번. 겨우 비명은 들리지 않을 정더로 안정되었다.
"반대한은 여기 있어! 괜찮아! 다른 사람들은!?"
큰 소리로 존재를 확인시켜주자, 곧 이어 일행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안도희 있습니다."
"나(목소리가 소라였다.)도 있어!"
"저, 저도 있습니다.(목소리를 들어보니 아줌마였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섬뜩한 소름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비가?'
그리고 보니 어느 새 머리를 따갑게 때리던 비도 모두 그친 상태였다.
이것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다른 곳으로 온 거야!'
그렇게 판단을 하자마자 안구를 태우는 불빛이 주변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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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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